제목 : 윤상천 개인전 'Reflected pine-trees'展에 부쳐 등록일 : 2009-10-20    조회: 37177
작성자 : 김태복 첨부파일:
윤상천의 'Reflected pine-trees'展에 부쳐

미스매칭(mismatching)
왕유(王維)의 그림 중에 봄에 피는 자두꽃과 가을에 피는 국화꽃이 함께 그려진 그림이 있다. 그것은 왕유가 계절을 착각한 것이 아니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대상을 한 화폭에 담아 새로운 아름다운 세계를 그리려고 했던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의 그림에는 시가 있다고 칭송하였다.
비오는 날 비를 맞는 아기 산솔새들과 어미 산솔새. 가림막 없는 둥지와 그 빗속을 어미새는 먹이를 찾아 헤매고 있다. 윤상천은 소나무 위에서 살지 않는 산솔새를 소나무와 함께 그려 소나무 그림에 또 다른 이야기를 담고 싶어 한다.

‘인간의 활동인 회화가 사회의 여건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는 하버트 리이드(Habert Read)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현시대의 작가들에게 미술은 사회활동이고 경험과 기억의 산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넋두리 같은 짧은 글들 속에는 예술가로서 숙명과도 같은 현실과의 괴리감에 대한 갈등들이 나타나고 있다. 늘 그러한 갈등 속에서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작업과 생활을 병행하고 있다. 그러한 갈등은 작품 속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소나무라는 전통적인 자연소재와 문명의 이기의 상징체로서 금속성의 자동차 보닛(bonnet)이라는 이질적 요소들을 미스매칭(mismatching)시킨 그의 작품들은 어쩌면 태생적으로 이질적인 요소들이 혼재하고 있는 우리의 환경(예술가로서 예술적 환경은 말할 것도 없이) 즉, 정치적 불안정과 흑백논리, 산업화에 따른 지역간의 문화적 차이 등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불혹을 넘긴 한국인들의 정체성을 그린 동세대의 자화상일지도 모를 일이다.

삶과 현실의 메타포(metaphor), 소나무와 보닛(bonnet)
작가는 2년 전부터 전통적인 타블로에서 탈피하여 ‘금속성의 자동차 보닛위에 소나무가 투영된 이미지’를 그리고 있다. 그에게 있어 자연소재인 소나무는 ‘지나온 삶(과거 또는 전통)의 상징체’로서, 보닛은 ‘문명의 이기(현실 또는 현대)의 상징체’로서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듯 하다.
그의 작업은 여러 가지의 소재와 다양한 기법들의 실험의 시기를 지나 2회 개인전 부터는 소나무를 테마로 한 타블로에 천착(穿鑿)하였고 작가로서의 역량도 어느 정도 평가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행인지 아닌지 그럼에도 그의 작품은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그 스스로가 우리 화단(畵壇)에 팽배한 소재주의를 경계하며 타성과 관습을 버리고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5회 개인전부터 ‘반영된 소나무’를 테마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번 전시 또한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타블로를 비롯하여 자동차의 부품들을 오브제 또는 지지체로 활용한 20여점의 다양한 작품이 전시된다. 특히, 자동차의 실제감과 반사체의 구조까지 고려하여 스스로 디자인하고 제작한 후드그릴(자동차의 전면부)의 표면에 투영된 솔숲을 사실적인 기법으로 표현한 작품 'PINE TREE-ART'는 작가의 열정과 치밀한 작업 프로세스를 엿보게 한다.

오브제와 이미지의 오버랩(overlap)
작가의 최근의 작업에서 보이는 조형적 특징은 지지체의 이미지 위에 또 다른 이미지를 중첩하는 표현기법이 일관되고 있다. 보닛이라는 그 자체가 가진 조형미에 주목하면서 지난(至難)한 지지체의 작업과정(이 과정에서 일상적이고 현대적인 재료에 대한 연구도 치열하다)을 거쳐 평면적 이미지를 오버랩(overlap)하고 있다. 보닛이라는 금속성 반사체에 소나무의 형상이 오버랩되고 다시 그 이미지 위에 오브제가 얹혀져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극사실기법으로 또 다른 사물들이 얹혀져 있다. 즉, 오브제로서의 보닛과 회화로서의 소나무의 이미지, 그 둘을 하나의 이미지로 융합시켜주는 극사실기법의 사물을 다시 한번 더 중첩시키고 있는 것이다. 또한 오버랩 된 이미지 속에 다시 실루엣 드로잉과 같은 기억 속의 편린과도 같은 이미지들을 그려 넣거나 소나무 형상의 거울 조각을 콜라지하여 관객들 스스로가 실루엣 드로잉의 주인공이 되거나 작품 속의 일부분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세심함도 엿볼 수 있다. 이렇듯 작가의 작품들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이미지와 이미지의 중첩’은 전통적인 일루젼(perspective)을 위한 ‘사물의 중첩’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사물의 중첩은 대상의 일부분들을 제거하는 속성을 가지면서 동시에 대상들을 시각적으로 통합하는 속성을 가진다. 반면, 복수의 ‘이미지의 중첩’은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중복처리 되기 때문에 사물들의 물리적인 완전성을 함께 표현함에 있어 그만큼 어려운 표현기법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기법은 사진에서는 오버랩, 영상예술에서는 디졸브(dissolve)라 한다. 미술에서도 이와 비슷한 초현실주의자들의 데페이즈망이 있지만 실제 사진자료를 많이 활용하는 듯한 작가는 시공간의 밀접한 관련을 암시하는 디졸브와 같은 영상기법을 차용하여 보닛과 소나무로 상징되는 상호 명료한 이질적 소재들의 부조화를 부드럽게 융화시키고 있다. 또한 보닛의 굴절에 따른 형상의 왜곡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보닛과 소나무라는 개별성을 약화시키는 대신 입체감과 이질적 이미지의 일체감을 견고하게 하여 조형적 완결성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미 소나무 작가로서 역량을 평가 받고 있지만 그가 새롭게 시도하는 최근의 작업들은 조형적 형식미를 강조하면서 그가 의도하였던 아니든 그동안 천착하던 소나무의 아우라는 최소한 보닛작품에서는 점차 약해지고 있는 듯하다. 이점이 그의 작업에서 좋고 나쁘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렇지만 그의 예술에 대한 열정을 볼 때 또 다른 변화를 위한 모색의 과정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소심한 조언을 덧붙이면 보닛은 오브제임에도 불구하고 단지 벽에 걸어 둠으로서 오히려 생소하고 이질적인 느낌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항상 사용하고 있는 자동차일지라도 자동차와 분리된 보닛의 형(形)은 친숙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또한 자동차의 엔진보호를 위해 수평적으로 놓여 있어야 할 보닛이 벽에 걸려 있는 것 또한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시각적으로 불편해 보일 수 있을 것이다. 실제 공간과 불가분의 관계성을 갖고 있는 오브제의 속성과 맥락에 대한 고민과 함께 ‘보이는 방법’대해서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작가는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위해 조만간 더 넓은 곳에서의 작품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학창시절을 함께한 선배로서 단언하건데 윤상천은 분명 신뢰할 수 있는 작가이고 더욱 훌륭한 작가로 우리 앞에 우뚝 나타날 것이다.

김 태복(예술박사, 청주교육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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